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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리뷰 ★

사극 영화 자산어보 리뷰|흑백의 바다에서 길을 찾은 두 사람의 이야기

바다 끝에서 피어난 두 남자의 인연

사극 영화 자산어보 리뷰를 쓰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른 건 ‘고요한 울림’이에요.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늘 그렇지만, 이 작품은 특히 조용한 힘이 있어요. 세상에 등 돌리고 떠밀려온 한 학자와, 바다를 삶의 전부로 삼은 한 어부가 만나면서 시작되죠.
정약전(설경구)은 유배지 흑산도에서 지식의 방향을 다시 묻습니다. 책으로 세상을 알던 그가, 문득 깨닫는 거예요. “아, 세상은 책에만 있지 않구나.” 그리고 그 깨달음을 선물하는 사람이 바로 어부 창대(변요한)예요. 글자를 모르는 청년이지만, 바다를 읽을 줄 아는 진짜 현자. 이 둘의 대화는 조용하지만 묵직하고,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맞닿는 순간마다 묘한 전율이 흐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흑백 화면인데 따뜻했어요. 요즘 영화들이 화려한 색감과 자극적인 컷으로 승부하는데, 이 작품은 오히려 색을 다 지워버리니까 인물의 진심이 선명하게 보여요. 정약전의 주름진 얼굴, 창대의 굳은 손, 그 속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졌어요.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해요. “진짜 지식은 책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사극 영화 자산어보 리뷰 (출처-네이버 영화)

 

흑백의 바다, 색보다 진한 철학

사극 영화 자산어보 리뷰는 색이 없는 대신, 온도가 있어요. 바다의 차가움, 손끝의 거칠음, 새벽의 고요함까지. 그 모든 게 화면에 녹아들어 있죠. 정약전은 몰락한 양반이지만, 흑산도의 바다 앞에서는 그저 한 인간일 뿐이에요. 창대 역시 학식은 없어도, 생명의 이치를 꿰뚫고 있죠.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자신이 가진 오만을 내려놓습니다. 정약전은 책만 믿었던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창대는 세상의 큰 지식이란 걸 처음 깨닫죠. 영화는 이렇게 ‘배움의 겸손함’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가치가 신분이 아니라 이해심과 존중에서 온다는 걸, 감독은 잔잔하게 풀어내요.

그리고 흑백 화면이 주는 묘한 감정이 있어요. 경계를 지워버리니까, 마치 과거가 아닌 지금 이야기처럼 느껴져요. 정약전이 바다를 바라보는 눈빛엔 역사보다 더 큰 감정이 담겨 있죠. 그건 바로 “자유”예요. 모든 걸 잃고도, 여전히 배우려는 자유. 세상의 벽에 갇힌 우리가 잊고 있던 그 마음을, 이 영화가 대신 보여주는 거예요.

사극 영화 자산어보 리뷰 (출처-네이버 영화)

 

세상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존엄

자산어보의 진짜 매력은 ‘패배자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아낸다는 점이에요. 정약전은 유배지에서 고립되고, 창대는 신분 사회의 벽에 막혀요. 하지만 두 사람은 불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바다를 통해 세상을 다시 배웁니다.
감독은 이 두 인물을 통해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합니다. 실패와 낙오라는 단어로 규정된 사람들이, 사실은 세상을 움직이는 진짜 지혜를 품고 있다는 것.
저는 이 장면이 참 좋았어요. 창대가 정약전에게 묻죠. “글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까?” 그리고 정약전이 대답합니다. “모르겠다. 하지만 알아봐야 하지 않겠나.” 그 짧은 대사에 모든 게 들어 있어요. 질문이 곧 배움이고, 배움이 곧 살아 있다는 증거죠.

사극 영화 자산어보 리뷰 (출처-네이버 영화)

 

세상을 읽는 두 가지 시선, 그리고 ‘앎’의 본질

사극 영화 자산어보 리뷰의 중심에는 ‘지식’과 ‘삶’이라는 두 축이 있어요. 정약전은 학문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 했고, 창대는 경험을 통해 자연을 이해했죠. 두 사람은 같은 바다를 보지만, 보는 방식이 달랐어요. 정약전에게 바다는 관찰의 대상이었고, 창대에게는 생존의 현장이었죠. 그런데 영화가 흥미로운 건, 둘이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거예요.
정약전은 창대의 말을 듣고 자신이 얼마나 좁은 세상 속에 갇혀 있었는지를 깨닫습니다. 그리고 창대는 정약전을 통해 ‘글’이라는 도구가 세상을 기록하고 남길 수 있다는 걸 배우죠. 이 둘의 대화는 시대를 초월한 교류예요.
영화는 그걸 ‘앎의 상호작용’으로 표현합니다. 진짜 배움이란 가르치는 것도, 배우는 것도 아니라 서로의 시선을 나누는 일이라는 거죠. 그 과정에서 둘은 신분과 계급의 벽을 넘어섭니다. 흑백의 화면 속에서, 그들의 눈빛만은 너무나 따뜻해요.

사극 영화 자산어보 리뷰 (출처-네이버 영화)

 

흑백의 미학, 감정의 온도

감독 이준익은 왜 굳이 흑백을 선택했을까? 처음엔 단순히 시대극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장치인 줄 알았는데, 보고 나니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색이 사라진 화면에서는 오직 ‘인간’만 남아요. 감정의 색을 입히는 건 조명도, 의상도 아니라 사람의 표정이죠.
특히 파도 위에서 빛이 반사되는 장면은 거의 회화에 가깝습니다. 그 속에서 정약전의 얼굴은 침묵하지만, 눈빛이 모든 걸 말하죠. 슬픔, 깨달음, 그리고 평화. 창대가 바다를 응시하는 장면은 마치 철학자 같아요. 영화의 모든 컷이 그렇게 한 폭의 그림처럼 담백해요.
사극 영화 자산어보 리뷰를 보면서 느꼈던 건,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예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밀려난 모든 사람들—회사에서, 사회에서, 관계에서 뒤처졌다고 느끼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사극 영화 자산어보 리뷰 (출처-네이버 영화)

 

자산어보의 의미, 이름 속에 담긴 메시지

‘자산어보(玆山魚譜)’는 글자 그대로 ‘흑산도의 물고기 책’이에요. 하지만 영화에서 그건 단순한 어류도감이 아니라, 세상을 기록하려는 인간의 의지 그 자체예요. 정약전은 유배지라는 고립된 공간에서조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멈추지 않아요.
그에게 자산어보는 세상과의 마지막 연결이었죠. 그리고 창대에게 그것은 자신이 살았다는 증거가 됩니다. 바다의 생명들을 이름 붙이고, 그 기록이 세상에 남는다는 건, 존재의 증명이에요.
이 장면을 보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먹먹했어요. 요즘 SNS에 글 한 줄 쓰는 것도 누군가에게 ‘기록의 의미’가 되잖아요. 정약전에게 자산어보는 그런 거였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닿을지 모르는 이야기. 그래서 그가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는 모습이, 슬프면서도 존경스러웠어요.

사극 영화 자산어보 리뷰 (출처-네이버 영화)

 

사람과 사람, 서로를 배우는 이야기

엔딩에서 창대가 다시 바다로 나가는 장면은 참 많은 걸 말해요. 그는 정약전 곁을 떠나지만, 스승의 가르침을 짊어지고 갑니다. 떠남은 끝이 아니라 ‘전달’이에요. 인간은 결국 서로의 이야기를 물려주며 살아가는 존재니까요.
이준익 감독의 연출은 늘 그렇듯 따뜻합니다. 교훈을 강요하지 않고, 감정을 미묘하게 남겨요. 그래서 영화가 끝나도 쉽게 잊히지 않죠. 정약전이 창대를 향해 미소 짓던 장면이 자꾸 떠올라요. 그 미소엔 자부심도, 안도도, 약간의 쓸쓸함도 담겨 있었죠.
결국 사극 영화 자산어보 리뷰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누구에게 배우고 있나요?” 인생은 배우고 가르치는 일의 반복이고, 그 안에서 서로의 세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니까요.
영화는 잔잔하지만 묵직해요. 마치 조용한 바다처럼요. 파도가 멈춘 듯하지만, 그 안에서는 여전히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거든요.